독서

합리적 남자

Blueracoon 2021. 12. 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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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남자

작가는 인터넷 공간에서 롤로 토마시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전 세계에 수천만 명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인기 블로거다. 우리 사회에서 드러내고 말하지 않는 남녀 관계의 진실을 폭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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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한국은 남녀 갈등이 날로 고조되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경우) 남자는 여성에게, 여성은 남성에게 자연스러운 끌림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다시 말해, 한국의 남성들은 '나쁜' 여성 집단 속에서, '착한' 내 여자를 찾아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남성은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할까.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겪는 문제를 우리보다 앞서 겪은 사람들이 있다면 어떨까. 완전히 답습하는 것은 어려울지언정, 그 해결책을 참고하는 것은 분명 큰 도움이 된다. 『합리적 남자』는 한국보다 앞서 페미니즘의 포화를 맞은 미국의 연애시장을 배경으로 쓰였다. 그곳에서 미국 남성들이 나누고 발전시킨 담론(Red pill)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책이다. 해당 담론에서 대표적인 입문서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책이기도 하다.

 『합리적 남자』는 연애(혹은 결혼)에서 남자가 어떠한 방식으로 행동해야하는가를 다룬 지침서다. 단, 기존 사회가 남성에게 제시(강요)하던 행동지침 중 많은 부분을 부정한다. 진화심리학적 지식과 저자의 개인적 경험, 그리고 (서양의) 남성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졌던 활발한 논의를 바탕으로 여성과 관계에 대한 새로운 개념들을 제시한다. 사회와 여성이 주입해 온 남성성이 아닌, 본능과 남성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남성성에 대해 논한다. 그래서 이 책은 과격하다. 대부분의 독자를 불편케 할 것이다. 기존 관념에 저항하는 안티테제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도발적인 내용을 내세워서 저자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나름대로 정리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남성으로 하여금, 주체적인 인생을 살아라. 그 인생을 사수하라." 책의 중심 소재는 분명 남녀에 관한 이야기다. 실제로 여성을 대할 때 도움이 될 법한 내용도 많이 있다. 그러나 결국 이 책에서 남성들이 얻어가야 할 것 중 일번은 멘탈리티라고 생각한다. 남자다운 남성의 조건은 다양하지만, 멘탈리티는 대전제다. 이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세부적인 개념에서 출발해, 사례들을 거쳐, 멘탈리티로 끝맺는 구성을 취함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이 책의 내용은 결코 '진리'가 아니다. 당면한 문제를 먼저 밟아나간 사람들이 제시하는 전략 중 하나임을 감안하고 읽자. 심지어 전자기기 설명서처럼 구체적이지도 않다. 약간의 설명들이 곁들여진 행동강령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면 편하다. 그렇기에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두 가지 측면에서 책의 내용을 생각해야 한다. 첫째로, 내가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가. 둘째로, 받아들인 내용을 얼마나 수행할 수 있는가. 나의 경우는 상당히 많은 내용을 정서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 내용을 얼마나 수행하고 구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막막하다.

 사실,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미 문제를 느낀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기존 통념으로 남녀 관계를 원활히 운영해낼 수 없다고 느꼈기에 이 책을 찾았으리라. 여성 경험이 많은 남자일 수록, 오히려 책의 내용을 깊고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연애를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에게도 분명 도움이 되지만, 책의 내용을 가슴으로 느끼고 실행하기는 좀 어려울 것이다(사실 내가 그랬다).

 아무튼, 서평을 읽을 시간에 책을 바로 집어드는 편이 낫다. 블로그 연재분을 다듬은 책이라서 술술 읽힐 뿐더러, 다 읽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현대 한국에 사는 남성이라면, 분명 얻어갈 내용이 있을 것이다.

 

 

 

 

 추신) 사족이지만, 오탈자가 너무 많다. 다른 책에 비해 심한 편이라 책의 내용마저 빛바래게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부디 출판사에서는 재검수해주길 바랄 따름이다.